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풀꽃자수

꽃자수로 만나는 풀꽃일기

꽃을 수 놓는다는 것은 내 이야기와 만나는 일이었습니다. 나를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었고, 어떤 기억 안에 집을 지었던 내 마음의 햇빛 든 자리와 그늘진 자리를 조용히 더듬는 일이었습니다. 그렇게 그린 손끝의 바늘땀이 오늘 내가 마주한 자잘한 일상 속에서 무슨 꽃으로, 어떤 빛깔과 향기로 마주할 것인 지를 바라보게 했습니다. 내 안에 모란의 시간이 교향악처럼 지나가기도 했고, 초록이 무섭게 치달아 오르는 여름, 줄기를 타고 올라 기어이 자기 담을 넘어서던 능소화의 붉음과 겨울을 밝히는 동백처럼 내게 주어진 순간을 아낌없이 사르 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. 꽃이 지는 계절에 피어 더 은근해지는 녹차꽃으로 시간을 붙잡아 보기도 했습니다. 바늘땀에 실린 꽃들의 많은 시간들을 건너 고향집에 온 듯 고요히 머무르게..
꽃을 수 놓는다는 것은 내 이야기와 만나는 일이었습니다. 나를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었고, 어떤 기억 안에 집을 지었던 내 마음의 햇빛 든 자리와 그늘진 자리를 조용히 더듬는 일이었습니다. 그렇게 그린 손끝의 바늘땀이 오늘 내가 마주한 자잘한 일상 속에서 무슨 꽃으로, 어떤 빛깔과 향기로 마주할 것인 지를 바라보게 했습니다.
내 안에 모란의 시간이 교향악처럼 지나가기도 했고, 초록이 무섭게 치달아 오르는 여름, 줄기를 타고 올라 기어이 자기 담을 넘어서던 능소화의 붉음과 겨울을 밝히는 동백처럼 내게 주어진 순간을 아낌없이 사르 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. 꽃이 지는 계절에 피어 더 은근해지는 녹차꽃으로 시간을 붙잡아 보기도 했습니다.
바늘땀에 실린 꽃들의 많은 시간들을 건너 고향집에 온 듯 고요히 머무르게 된 나의 집은 풀꽃이었습니다.

남편이 마당에 잔디를 깎고 잡초를 뽑다가 “내가 당신에게 주는 기쁨이 저 꽃들만 하겠어?”하며 민들레, 냉 이꽃, 양지꽃을 남겨두었습니다. 어디 이 풀꽃들만일까요 우리집 마당에는 별꽃, 괭이밥, 강아지풀, 주름잎꽃, 여뀌, 달개비 ‥ 심고 가꾸지 않아도 계절의 시간을 어김없이 채우며 풀꽃들이 안겨 옵니다.
길을 걷다 보면 틈서리마다 노랗게 피어있는 씀바귀 꽃들이며 무성한 풀들 사이에 엉기어 자기 키를 키운 사대풀이 보이고, 몇 걸음 더 걸어 한강에 나가면 토끼풀꽃, 개망초, 애기똥풀, 살갈퀴, 조뱅이, 개망초, 까치 수영 ‥ 같은 풀꽃들이 흐드러지게 자기 땅을 넓히며 피고 집니다.
멈추어 서서 가만히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고, 뽑히거나 밟히기 쉽지만 이 풀꽃들에게도 꽃 핀 한 순간은 자기 생의 절정일 것이고, 만개한 순간 꽃은 조촐한 자기 몸 안으로 우주를 끌어당기며 또 다른 윤회의 시공간을 넘어갈지도 모르겠습니다.
그 풀꽃들 앞에서 나는 언제나 주인공이 됩니다. 나의 오늘이 작고 보잘것없이 남루하지만, 그 하루의 시간 안에도 햇빛을, 더러는 달빛을 안은 꽃의 시간을 사랑하기 때문인데, 이럴 때면 나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 가 툭 터져 나오곤 합니다.
'기죽지 말고 살아봐 / 꽃 피워 봐 / 참 좋아'
일상의 낮은 것들 안에서 꽃핀 순간들을 만날 때, 존재의 양지와 음지 사이에서 내 정중동을 찾아갈 때 만 나는 풀꽃은 제게 위로이고 기도입니다.
가만히 나를 품에 안아주는 풀꽃으로 하여 마음의 웃음을 그리고 싶을 때 나는 풀꽃 수를 놓습니다. 풀꽃처 럼 삶에 진솔하고, 진솔해서 더 깊은 일상의 시간을 누릴 때 나는 풀꽃 수를 놓습니다.
풀꽃 수를 담았습니다. 고요히 마음의 손끝이 닿고 싶을 때 풀꽃 수를 놓아 보세요. 그리고 오늘도 생의 한 순간을 꽃 피우신 당신에게 말해주세요. '참 좋아'라고.
18년전 바늘을 처음 잡았을 때를 기억합니다. 솜씨가 있다고 말할 수도 없었고, 무언가 목적한 바가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. 소소한 한 장의 기억을 담아보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.
그런데 그 하루의 기억이 이틀이 되고, 열흘, 열 달, 십 년‥ 이 되며 지금의 나를 만나게 했습니다.
내 안에 피고 지던 꽃들을 수놓고 싶어 그 꽃을 어떻게 담을까 궁리하며 세밀화 도감들을 들고 주변의 산 과 들을 다니던 때가 있었습니다.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꽃들도 눈에 익으면 하나씩 보이듯이 어떤 꽃을 어떻 게 수놓을까 궁리하면서 꽃을 자꾸 보다가 보면 어느 날 바늘이 잡혔고, 한 잎 한 잎 손에서 꽃들이 피어날 때면 창조자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. 지휘봉을 들고 현악기에 나지막이 기울여 꽃잎을, 관악기 소리를 끌어 올 리며 줄기와 잎을, 오보에가 꽃에 깃든 영혼을 연주하면서 내 안의 노래를 꽃피웠습니다.
장시간 작업을 해야 해서 몸으로야 떫은맛과 쓴맛의 시간이 일상이지만 꽃을 피우고, 천연염색의 빛깔을 만 지고, 꽃을 올린 조각보를 지어 공간 곳곳에 을 때면 언제나 단맛의 시간으로 남았습니다. 자연을 가까이 하 면서 나를 볼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아졌고, 그만큼 나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.
내 바늘땀이 난 길은 일상성입니다. 일상에서 주변의 꽃들과 마주하며 생활공간 안에 펼쳐내었던 내 일기였 듯, 앞으로 갈 길도 ‘일상’일 것입니다. 바느질은 내 놀이이자 일이고, 자연과의 교유이자 사유의 매개이며, 사 람들과 만나는 일상의 길입니다.
한겨레 문화센터(신촌), 서울시가 지원하는 문화공간, 도서관 등 사람들 안에서 꽃과 만나고 자연의 빛깔과 만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. 강동구 사업으로 진행되었던 서원마을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수전, 도서 관 사람들과 한옥문화원 및 재미 갤러리에서 오랫동안 매년 전시를 기획, 지도 하였습니다. 이제는 함께했던 이들이 작가로 같이 길을 가는 동무가 되었습니다.
이 책이 그렇게 나란히 손잡고 가는 데 좋은 동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.
한 땀 한 땀 손끝으로 채운 생명력에 넋을 놓았습니다. 신비로운 풀꽃 자수 속에서 아침의 고요와 맑은 기운을 얻고 갑니다. 아름다운 자연수 작품과 풀꽃 같은 이야기를 공유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.

목차1. 작가 이야기


예쁜 꽃 자수 이야기 기대가 됩니다

목차1. 작가 이야기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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